1990년대의 palmtop, HP 95LX 를 득템
이사로 생긴 쓰레기 정리를 돕다가 보니 한 물건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. 자그마한 크기에 왠지 모르게 90년대 감성. 자세히 살펴 보니 전자사전 같이 생겼는데 왠지 옛날에 유행하던 palmtop[1] 같은 느낌. 어차피 버릴 물건이기에 따로 챙겨두고 컴퓨터로 검색을 해보았다.
![HP 95LX] (/img/hp95lx/1.jpg)
모델명인 HP 95LX 로 검색해보니[2] 한때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
Lotus 123
을 탑재한 것으로 유명한 palmtop PC 로, MS-DOS 를 장착한 모델이다.
당연하게도 바로는 안켜지지만 잘 살펴보니 전용 배터리가 아니라 2A 건전지를
사용하고 있기에 건전지를 끼고 파워 버튼을 눌러봤지만 역시 잠잠. 시무룩.
하지만 또 여기저기 살펴보니 충전지 비슷한 물건이 있다. 배터리 교체 시에
in-memory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도록 해당 충전지를 충전 후 동작하는 형태가 아닐까
싶어 잠시 동안 놔두었다 켜봤더니, 켜진다!
![HP 95LX boot] (/img/hp95lx/2.jpg)
몇가지 주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요 기능들을 제공한다. 파일 탐색, 약속 관리, 전화번호부 관리, 메모, 계산기, 그리고 Lotus 123 을 통한 스프레드 시트 관리가 가능하다.3
파일 탐색 기능. 실행 파일의 실행도 가능한 듯 하다. ![HP 95LX filer] (/img/hp95lx/4.jpg)
약속 관리 기능. 2017년 달력도 존재. ![HP 95LX appointment book] (/img/hp95lx/5.jpg)
전화번호부. ![HP 95LX phone book] (/img/hp95lx/6.jpg)
메모. ![HP 95LX memo] (/img/hp95lx/7.jpg)
그리고, 시대를 풍미한 스프레드시트, Lotus 123. ![HP 95LX lotus 123] (/img/hp95lx/8.jpg)
한참 가지고 놀다가 뒤늦게야 시간과 사용자를 설정. 연도 설정이 두자리라 혹시나 Y2K 문제가 있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2017 년으로 잘 인식한다.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란 이리도 멋지다. ![HP 95LX boot] (/img/hp95lx/9.jpg)
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에 비교하자면 보잘것없지만 그 시절에도 이만한 휴대성과 완성도의 물건을 아직도 동작할 만큼 튼튼하게 제품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경외로움을 숨길 수 없거니와, 여전히 텍스트 기반 UI 를 즐겨 사용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 UI 도 여전히 멋지다. 물론 Unix 계열 셸을 제공했다면 완벽했겠지만… 과거의 물건이 유난한 감동을 준 하루였다.
References
[1] https://en.wikipedia.org/wiki/Palmtop_PC
[2] https://en.wikipedia.org/wiki/HP_95LX